끄적거림

[누너찬/옥케이] 친구

꾸르륵 2018. 10. 21. 22:46





누너찬

옥케이

 

[친구]

-

 

준호야..”

 

 

아련하게 퍼지는 목소리. 부드러운 손이 몸에 닿고 나른한 얼굴위로 불투명한 액체가 흐트러진다. 요염을 품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을 때, 준호는 잠에서 깼다.

 

“.....씨발

 

축축한 하체에 준호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이번이 몇 번 째인지, 침대에서 일어나 속옷과 바지를 챙겨 화장실로 들어가자 이미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속옷을 빨고 있었다.

 

넌 뭐냐

“..말걸지마라

 

커다란 덩치로 제 속옷을 빨고 있는 모습이 웃길 법도 한데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척척한 속옷을 물에 담갔다.

 

“...병신 너도냐

닥쳐

 

이게 무슨, 야동 처음 본 좆중딩도 아니도, 산만한 덩치의 남자가 나란히 앉아 속옷을 빨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다. 발정기에 걸린 개새끼 두 마리. 속옷을 아무렇게나 걸어놓고 준호와 택연은 화장실을 나왔다.

 

“...넌 누구냐

알아서 뭐하게 개새끼야

난 민준인데

 

퍽이나 자랑스럽게 말하는 꼴이 한심하다. 준호는 아랫것을 바라보는 눈으로 택연을 바라보다 바닥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둘이 그렇게 붙어 다니더니 호모새끼. 준호는 부메랑 같은 말을 던졌다.

 

, 귀엽잖아

 

귀엽기는 개뿔이 그냥 발발거리는 동네 똥개 같던데. 준호는 눈을 감고 도서부의 그를 생각했다. 꽤 조용하고, 마르고 여기저기 잘 치대고... 택연의 취향도 알만 했다. 그런 놈이 취향이었나. 몇 번 보지도 않았으면서 준호야 준호야 하며 친한 척을 하던 모습이 선하다.

 

둘이 사귀냐

사귀면 내가 야밤에 딸이나 치고 있겠냐

그것도 그러네

걔는 내가 자기 좋아하는지도 몰라 눈치를 어디 엿바꿔 먹었나봐

 

준호는 실소를 지었다. 자신의 상황도 그리 다르지 않은 탓이었다. 눈치라곤 어디 엿을 바꿔먹은 새끼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제게 달라붙어 오는 찬성이 떠올랐다. 까칠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준호야- 하면서 포옥 안겨오는-

 

야 너 섰다.”

씨발

 

-

 

커다란 멍멍이와 작은 멍멍이

 

 

육상부인 택연과 야구부인 준호는 전혀 도서관과 친해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출석률로 다지면 전교에서 손을 꼽을 만큼 자주 들락거렸다. 죽은 사람에게는 관심 없고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것처럼 궁금한 이야기 WHY 성과 사춘기를 하나씩 펼쳐들고-택연은 계정판을 고집했다- 책 너머로 누군가를 훔쳐보기에 바빴다. 그리고 그 책 너머에는 도서부인 민준과 아무런 동아리도 들지 않고 그저 놀러 다니는 찬성이 걸려 있었다.

 

씨발, 저 새끼는 책도 안 읽으면서 왜 도서관에는 오고 지랄이야

민준이랑 친하잖아

 

찬성은 책은 읽지 않고 카운터 앞에 서서 민준과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연신 낄낄거릴 뿐이었다. 대형견과 소형견, 마치 그처럼 보였다.

 

누가 보면 씨발 둘이 사귀는 줄 알겠네

 

찬성과 민준은 서로 손을 잡았다가 포옹을 했다가 아주 야단이었다. 준호는 몇 번이고 읽어 외울 법 한 책을 던지고 곱게 세팅한 머리를 헤집었다.

 

어 준호다.”

 

이제야 발견 하냐. 민준은 웃으며 준호와 택연은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잠시 굳어 있던 찬성도 손을 흔들고는 다시 자신들의 세계로 빠진다. 씨발, 준호는 속으로 욕을 삼켰다.

 

조심해라, 또 설라

 

준호는 주먹을 쥐고 택연의 어깨를 때렸다. 운동부인 둘이서는 자주 하는 투닥거림이지만 순진하기만 한 저 녀석들은 화들짝 놀라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왜그래..!”

 

세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죽는 척을 해대는 꼴이 오히려 더 화를 돋운다. 나이론인거 뻔히 보이는 연기에도 작은 멍멍이는 속아넘어가듯 택연의 어깨를 감싸 쥐고 준호를 노려본다. 노려보면 뭐 어쩔건데.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 눈초리에 고개를 돌리자 훅 하니 말캉한 살이 피부에 닿는다.

 

민준아 나 아포오-”

 

, 준호는 역겨움에 토하는 시늉을 하자 다시 민준이 도끼눈을 뜬다.

 

아오, 더러워서 못 봐주겠네. 나 간다.”

 

빨갛게 익은 귓가를 감추며 준호는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아주 잠시뿐인데. 찬성의 맨살에 닿았던 팔뚝이 불에 데인 듯 화끈거린다.

 

!”

 

복잡한 준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찬성의 준호의 뒤를 졸졸 쫒아 오고 있었다.

 

대답 한번 까칠하네

왜 따라 오냐

, .. 친구 따라가는 것도 안 되냐

 

찬성은 무심한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며 발을 맞췄다. 뛰어왔는지 더운 숨이 뺨을 스치고 목덜미에 닿은 피부로부터 따듯한 온기를 전한다. 명치로부터 무언가가 차올랐다. 울컥거리며 뜨거운 무언가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친구?”

 

준호는 목덜미에 감싸진 찬성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 그럼 너랑 내가 친구지 뭐냐, 남이야? ”

씨발

 

준호는 욕을 뱉으며 찬성을 벽으로 밀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덩치가 아래로 무너졌다. 찬성은 아픈 등을 문지르며 준호를 올려다보았다. 눈가에는 원망이 가득하다.

 

 

너랑 내가 언제부터 친구야

 

화낼 쪽은 찬성일 텐데. 준호는 찬성을 꽉 잡은 채 화를 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얼굴로

 

내가 너를 친구로 안 보는데 너랑 내가 왜 친구야

 

꽤 충격이었다. 그럼 친구가 아니면 뭐지? 찬성은 커다랗게 뜬 눈을 깜박이다 이내 감아버렸다. 그래 나 혼자 친구라 생각했구나. 유치하지만 서운하다. 준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손목을 틀었지만 여전히 준호는 찬성을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

 

찬성은 짐짓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하지만 준호는 힘을 풀지 않고 계속 찬성을 내려다보았다. 운동부라더니 힘만 무식하게 세네, 찬성이 다시 준호를 뿌리치려는 순간, 따듯한 무언가가 입술에 닿았다. 화를 내던 모습과는 다르게, 살포시 내려앉은 입술은 조심히 각도를 바꿔 입술을 맞물리고 무어라 말하려는 틈새로 혀가 밀고 들어와 입안을 훑었다. 영혼을 먹혀버리는 듯 몸에 힘이 풀리자. 더 이상 반항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준호의 손이 손목에서 팔을 타고 올라와 뺨을 감쌌다. 말랑한 피부가 손에 서늘하게 감겼다.

 

하아..”

 

잠시 입술을 떨어뜨리고 준호는 한숨을 쉬었다. 놀라 눈조차 감지 못한 채 한 찬성의 얼굴은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어쩌면 매일 밤 상상속에서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했던 그 얼굴

 

다시 입을 맞췄다. 닿기만 하는 키스가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가 다시 혀를 밀고 농밀하게 감싸온다. 두툼한 살덩어리가 입안의 점막을 스치고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입안을 더듬었다.

 

“..넌 친구랑 이딴 짓 해?”

“...”

난 못해

 

한참 만에 입술을 뗀 준호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그렇다면 왜? 찬성은 알 수 없는 감각에 휩싸였다.

 

“...씨발, 친구랑은 키스도 안하고 친구를 반찬 삼아서 딸치는 일도 안 해. 그런데 네가 왜 내 친구야. 난 친구로 그딴 더러운 짓 안해. 난 네 친구 아니야

 

준호는 입술을 꾹 물고는 여태 쥐고 있던 찬성을 놓아주었다. 뒤돌아 가는 모습은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진다. 찬성은 그대로 굳어 준호를 잡지도 못한 채 몸을 웅크렸다.

 

-

 

택연아 많이 아파?”

 

민준은 가느다란 눈을 깜박이며 택연을 바라보았다. 택연은 잠시 숨이 막혔다. 꿈에서 보던 모습과 오버랩 되어 자괴감이 몰려온다. 어느 날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하얗고 작은 멍멍이 같다고-원래는 발발거리는 발발이였지만, 택연은 그렇게 이해했다.- 순진하기만 한 아이를 자신이 더럽히는 것 같았다. 어깨가 아팠는데 지금은 양심이 더 아프다.

 

“...아 별로

아 뭐야 걱정했잖아!”

 

민준은 질린다는 얼굴로 꼭 쥔 택연의 손을 뿌리쳤다. 맞은편에 자리를 잡아 앉고는 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민준은 금세 얼굴 가득 미소가 지어졌다.

 

뭐 보냐, 야한 거?”

내가 너인 줄 알아?”

 

휴대폰 액정에는 장난스러운 얼굴을 한 고양이의 우다다 영상이 있었다. 멍멍이가 야옹이 좋아하기는 택연은 픽 웃고 멋대로 화면을 넘기자 웬 남자의 사진이 떠올랐다.

 

“..뭐냐?”

“.., ...”

이런 쪽이 취향이냐?”

 

화면에 뜬 남자는 모델인지 키도 크고 어깨도 벌어지고 눈도 진하고 전체적으로 꽤 잘생긴 얼굴이었다.

 

“.., 잘생겼잖아?”

 

민준은 황급히 액정을 끄고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잘생긴 거 좋아해?”

그럼 너는 싫어? , 너는 잘생겼지 동족 혐오인가

나 잘생겼어?”

. ?”

그럼 나 좋아해?”

 

_FIn_

 

더 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