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미정]

꾸르륵 2018. 7. 21. 07:30

황찬성X김민준X이준호

 

데이식스 오늘은 내게 듣다가 생각나서 끄적임

 

*DV요소 있음

 

 

 

 

씨발

 

하루종일 전화도 받지 않는 형에 걱정이 되어 집에 찾아가길 백번은 잘했다. 침대에 다 가지도 못한 채 쓰러진 형의 몸은 절절 끓어올랐다. 입고 있는 몸은 땀으로 범벅되어 벗겨지지도 않고 하얗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가쁜 숨만 겨우 겨우 내뱉을 뿐이었다. 마른 몸에는 여기저기 상처가 떠올라 딱지가 앉았고 뺨은 부어 올랐다. 분명 그 새끼겠지, 실컷 해놓고는 이딴식으로 버리고 가다니 양심은 엿을 바꿔 먹었는지. 한참을 땀을 닦아내자 꼭 감긴 눈이 떠진다.

 

“...찬성아..?”

 

눈을 뜨자마자 부르는게 그 새끼 이름이라니 좆같네. 욕을 삼키고 고개를 들었다. 나인 걸 확인한 형은 안타까움인지 미안함인지 어쩌면 실망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다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또 그새끼야?”

“..찬성이가 한 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형 주변에 이런 취향을 가진 쓰레기 같은 자식이 그 새끼빼고 누가 있다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형의 어깨가 가늘게 떨려왔다.

 

그 새끼 형을 좋아하는게 맞아? 맨날 씨발, 이러다가 형 죽어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은 건네자 벌떡 일어나 눈가를 훔쳤다. 그래놓고 하는 말이 찬성이 욕하지마 란다. 어이가 없어서. 그딴 새끼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감싸줘, 형은 좋아하지도 않고 이렇게 괴롭게 하는 새끼 뭐가 이뻐서, 대꾸를 하는 대신 형을 끌어안고 한 쪽 어깨에 형의 이마를 댄다.

 

“...진짜. 찬성이가 한거 아니야.. 감기 기운이있는데..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어느 계단에 이빨이라도 달려서 씹어대길래 물어 뜯긴 상처가 생겨, 거짓말을 하려면 똑바로 해. 진짜로 나 상처 받으니까.

 

, 알았어 미안해

 

나지막히 사과를 건네면 그제서야 울음을 터트리며 허리를 감싸 안았다.

 

“..준호야..”

 

많이 아팠지 혼자서 힘들었지. 등을 토닥이며 가느다란 몸을 끌어안는다.

 

형이 그 새끼와 연애를 한지 반 년 째, 마른 몸에는 상처가 마를 일이 없었다. 하나가 아물려고 하면 두배, 다섯배만큼은 때리거나 상처를 주며 형을 괴롭히기 때문에 약을 바르는것도 지친 형은 그저 때리며 때리는 대로 그저 맞으며 버텼다. 얌전히 맞으면 더 맞을 일은 없다. 때려도 괜찮아,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나는 괜찮아. 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정말로 사랑하기도 하고. 매일같이 때리고 분풀이 삼고 지 좋을대로 구는 새끼가 뭐가 그리 좋은지 형은 언제나 지극정성이었다. 아프면 죽을 싸들고 찾아가서 밤새 간호하고 문자나 전화 같은 연락에는 5분 내로 꼭 답했다. 그런데도..

 

“...준호야

 

 

다정한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른다. 특이 할 것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이름이었지만 형의 목소리에 실리면 새로운 색을 입는다. 그런 목소리로, 아니 이것보다 더 달콤한 목소리로 그 이름을 부르겠지.

 

질투

 

이건 질투다. 감히 질투할 자격도 없는 사람인줄은 알면서도 지루해버리고 만다. 뜨거운 손 안에 섬득한 액체가 맺힌다.

 

피나잖아.”

 

어느새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 손바닥에는 붉은 피가 맺혔다. 형은 조용히 손을 들어 내 손바닥을 살피다 침대 옆을 더듬어 연고를 찾아냈다. 부드러운 제형이 뭉개지며 따끔거리는 고통을 남긴다.

 

나는 괜찮아 준호야,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한쪽 뺨은 부어 있었고 분홍색으로 예쁘게 물들었던 입술은 검붉은 피딱지가 안장 있는게 이제 일상이었다. 찢어 죽이고 싶다. 가능하다면 가장 괴로운 방식으로 그 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형이 아픈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더 괴롭게 말 다리를 분리하고 온 몸을 찢어발기고 싶다. 형은 이런 마음은 알지도 못한 채 손바닥에 난 상처가 아플까 호호 불어가며 연고를 발라주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가 붉다. 형은 이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온몸에 상처가 마르지 않아도 내 손에 난 생채기를 걱정할 정도로, 다정하고 미련하게 강하고 답답할 만큼 여린 사람. 작은 손이 내게서 떨어져나가고 부드러운 머리칼이 베개에 흩어진다.

 

자고 갈래?”

 

울 듯 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내 다음 행선지를 알고 있는 탓이었다. 나를 잡지 않으면 황찬성 그새끼 집으로 쳐들어갈 나를 알고 있기에 형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필사적인 방법으로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나는 이 얼굴에 약하다. 형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지 않아. 그게 내 마음이야. 한숨을 내쉬며 옆에 몸을 뉘었다. 침대시트가 땀으로 눅눅하다. 갈아야겠네. 그전에 형이 탈수로 죽을 지도, 벌떡 일어나 물 한잔을 받아오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목으로 넘긴다. 가느다란 목덜미가 야릇하다. 다 죽어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이런 마음을 품는 나도 미친새끼지. 뺨을 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고 빈 잔을 싱크대 위에 올릴 뿐이었다. 자자.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침대 속에 들어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강아지. 피곤하지도 않은지 형은 반짝이는 눈을 깜박이며 내가 옆에 눕기를 기다렸다.

 

먼저 자

너 자는거 보고 잘래

 

자신의 옆을 팡팡 치며 말하다 터진 볼 안쪽이 아팠는지 미간에 작은 주름이 생겼다. 자고가라고 했으면서 불안한가 보네. 웃으며 옆에 눕고는 곧 자는 척을 하며 약하게 코고는 소리까지 내면 그제서야 안심했다는 듯 자신도 잠들어버리는 이런 귀여운 철저함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황찬성

 

반 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 같은 학교 동기였던 이름이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릴만큼 싫어졌다.

 

덩치가 크고 또 그만큼 힘이 좋고 얼굴도 잘생기긴 황찬성은 성격도 좋았다. 물론 대외적인 성격만, 그 시커먼 속은 그 누구도 알 길이 없었다. 그러던 중 먹잇감으로 잡힌 게 형. 무던한 폭력 속에서도 천성인지 아닌지 여전히 황찬성의 곁에 남아 있었다. 먹잇감. 마음이 여린 형은 황찬성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불쌍하게도, 눈치도 없고 벌써 5년째 형을 좋아하고 있다는 건 모르겠지. 그러니까 아무렇지 않게 나를 곁에 두고 있는거겠지.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든 형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감긴 눈을 내려다 보았다.

 

황찬성이 좋아? 걔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정성이야. 그래도 괜찮아. 형의 선택이니까, 형이 그렇게 좋아한다면 나도 황찬성을 미워하지 않을게. 그렇지만 형이 덜 아팠으면 좋겠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떻게 됐든 나는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 품이 아니라도 좋으니까, 내 짝사랑 같은 건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까. 형이 황찬성 품에 안겨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어.

 

,

 

살짝 열린 문틈으로 거실 불이 켜졌다가 바로 꺼졌다. 1 2 3... 속으로 숫자를 세면 정확하게 5초 후 주머니속 휴대전화가 짧게 울린다. 너무 익숙한 패턴에 지긋지긋하기 까지 하다. 잠든 형을 바라보다 슬쩍 이마에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그저 그런 입맞춤일 뿐인데도 아주 못된짓을 한 어린애처럼 심장이 요동쳤다.

 

 

철컥-

 

현관문을 닫고 계단으로 내려가면 무섭게 눈을 치켜 뜬 황찬성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만날 기분이 아닌데. 그래도 그 얼굴을 보니 울화통이 치밀어올라 멱살을 쥐고 주차장까지 단숨에 뛰어가야 했다. 아파트 안은 울리니까 형이 깰지도 몰라

 

이건 형을 때린 몫이다 개새끼야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오른쪽 뺨에 주먹을 냅다 꽂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돌아간 고개를 어루만지던 황찬성은 여전히 인상을 쓴 채 내 멱살을 움켜쥐었다.

 

씨발, 너 김민준 한테 달라붙지 말라고 했지

 

 


언젠가 잇겠지